왜 와인은 모으면서 와인 셀러는 몰라요 표지

왜 와인은 모으면서 와인 셀러는 몰라요?

설 선물로 와인을 선물 받는 적이 있습니다. 와인이 좋아서 사둔 적도 많습니다. 이렇게 손에 들어온 와인을 어떻게 보관할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냥 세워두거나, 냉장고에 넣어둔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50만 원어치 와인을 버리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와인 셀러가 필수라는 것을요.

 

왜 와인 셀러가 필요한가요?

와인은 예민한 술입니다. 온도, 습도, 진동 등에 따라 맛이 변할 수 있습니다.
와인을 좋아하는 분들은 많아도, 소믈리에 (와인 감별사)처럼 와인을 깊이 알고 마시는 사람이 많지는 않습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신의 물방울”이라는 와인에 대한 만화가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내용 중에 비싼 와인을 주문했는데 맛이 이상하다고 손님이 가게에 항의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아무리 좋은 와인이라도 그 향과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입니다.

 

디캔팅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와인이 가진 향과 맛을 충분히 끌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관이 잘못되었다면 디캔팅으로 살려낼 수 없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전 와인을 사거나 선물 받으면 대부분 빈 방에 세워두었습니다. 햇빛을 받지 않고, 서늘한 곳이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예상하신 대로 문제가 생겼습니다.
우선 코르크가 삭아서 열기 어려워졌습니다.

 

와인은 눕혀서 보관해야 와인이 코르크를 적시면서 오래 보관할 수 있습니다. 와인을 머금지 못한 코르크는 마르고 마르다가 결국 삭아버립니다. 어떤 오프너를 사용해도 부스러기가 와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와인을 마시겠다고 하면서 이런 상식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마개가 삭은 것도 모자라서 맛까지 변질되었습니다.
앙시앙땅처럼 자주 마시는 와인은 그 맛을 잘 알고 있어서, 아무리 취해도 변질된 느낌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한 모금 입에 넣자마자 토할 뻔했습니다. 취하기 전에 마셨다면 살짝 시큼한 냄새 때문에 입에 대지도 않았을 텐데요.

 

아무리 빈 방이라고 해도 온도가 일정하지 않은 데다가, 세워 둔 것이 문제였습니다.
보통 레드 와인은 13도 정도, 화이트 와인은 8도 정도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냉장고나 김치냉장고에서는 이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전기 절약을 위해서 일정 온도를 넘을 때만 다시 온도를 낮추는 방식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일반 냉장고는 문을 자주 열고 닫으니까 온도 변화가 더 심합니다.

 

저는 트레이더스나 홈플러스에서 와인 행사가 있을 때 5~6병씩 사는 편입니다.
그런데, 제대로 보관할 곳도 없으니까 와인을 더 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금세 “와인 셀러를 사면 되잖아!” 이럴 때만 머리가 잘 돌아가는 게 신기합니다.

 

와인 셀러 고르는 기준은 뭔가요?

와인 셀러를 사려고 알아보니 냉각 방식이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컴프레셔 방식은 일반 냉장고처럼 컴프레셔를 돌리는데, 냉각은 잘 돼도 소음이 있다고 합니다.
반도체 방식 (열전자 소자)는 무슨 효과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냉각은 덜되도 소음이 적다고 합니다.

 

컴프레셔 방식은 대형으로 만들 수 있어서 200병짜리도 보였습니다.
반면, 반도체 방식은 소형으로만 만들 수 있는지 30병이 한계인 것 같았습니다.

 

어차피 와인은 많이 살 거라는 욕심, 이왕 와인 셀러 살 거면 큰 게 좋다는 욕심, 이 두 가지 욕심이 만나서 120병 보관형을 샀습니다.

 

와인 셀러 장점과 단점이 궁금해요.

제가 구입한 건 빈디스 (Vindis) 120병 모델입니다.
컴프레셔 방식이고, 안에는 10개의 나무 선반이 들어 있습니다.
이 선반 때문에 은은한 나무 향이 나서, 문을 열 때마다 기분이 좋습니다. 와인 셀러 겉면도 나무 무늬가 있어서 선반 냄새와 잘 어울립니다.

 

상단과 하단의 온도를 따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1~5층은 화이트 와인을 넣고, 6~10층은 레드 와인을 넣었습니다.
찬 공기는 아래로 내려가니까 이렇게 넣는 것이 효율이 더 좋다고 합니다. 온도는 각각 8도와 12도로 설정해두었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보관할 수 있는 병이 적다는 것입니다. 선반마다 12병을 보관할 수 있게 홈이 있는데, 실제로 보관할 수 있는 병 수는 120병이 안됩니다. 와인 병마다 굵기가 달라서 아무리 잘 섞어도 선반마다 2~3병은 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예민한 이라면 소음이 신경 쓰일 것 같습니다. 컴프레셔 돌아가는 소리 때문인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계속 시끄럽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와인 셀러를 사고 처음에는 생활이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시끄럽습니다. 그래도 하루 이틀 지나고 나니까 의식해서 듣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조용해집니다. (잘 때는 가끔 신경 쓰입니다.)

 

와인을 더 잘 즐기는 최선의 방법

아주 비싼 와인을 마시는 것도 아닙니다. 술을 자주 즐기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와인 셀러를 사고 나서는 와인 마시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시원한 와인을 언제든지 골라서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손님이 오면 마시고 싶은 와인을 골라보라고 말할 때 뿌듯합니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마시기 좋은 온도의 와인을 골라서 대접할 수 있는 것이 만족스럽기 때문입니다.

 

와인에 대해 공부도 시작했습니다. 와인들마다 꽁꽁 감춰둔 맛과 향을 찾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알면 알수록 즐거운 취미다 싶습니다.
와인을 더 잘 즐길 수 있게 된 건 전부 와인 셀러 덕분입니다.

 
빈디스 와인 셀러 120병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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