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량 포스터

영화 노량, 국뽕 대신 차오르는 눈물

양념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뱃속이 불편합니다. 국뽕(우리나라를 과도하게 찬양하는 것)이 많이 들어간 영화를 보면 머릿속이 불편합니다. 영화 노량은 국뽕이 적어서 머릿속이 불편하지 않습니다. 자막이 다 올라가고, 쿠키 영상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깊은 여운이 남았습니다.

     

적은 대사로 전하는 많은 감정

김윤석 님이 연기한 이순신 장군은 대사가 적습니다.
그만큼 표정과 몸짓이 중요한데, 김윤석 님의 숨소리 한 번, 손짓 하나에도 감정을 실린 듯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조연분들도 튼튼한 연기력으로 뒷받침해줍니다.
감독님이 세밀한 연기 지도가 있었기 때문인지, 노련한 연기자분들을 잘 섭외하였기 때문인지,
이유는 몰라도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연기가 없어서 다행입니다.

 

돋보기로 들여다본 전쟁

“노량 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은 왜군의 총탄을 맞고 돌아가셨다.”
이 한 줄로 표현되는 역사에는 감정이 실려 있지 않습니다.

 

“2만여 명의 왜군이 죽었다”라는 노량 해전의 결과도, 마찬가지로 감정 없이 사실을 전달할 뿐입니다.
하지만, 영화 노량은 이순신 장군의 죽음과 병사들의 죽음에 감정을 불어 넣었습니다.

   

함선을 서로 맞대고 상대의 배에 올라타는 순간, 이름 모를 병사의 시선을 따라가는 장면에서는 감정 이입이 절정에 이릅니다.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넘어가는 시선, 서로 죽고 죽이는 각자의 모습은 더 이상 역사책에 적힌 감정 없는 문장이 아닙니다.
생명의 부딪힘이자 절규입니다.

 

알려진 역사지만 긴장감 가득

널리 알려진 역사이기 때문에 연출의 중요성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결말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영화 흥행을 결정합니다.

 

영화 노량은 군더더기를 최소한으로 줄여서 흥행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었습니다.
두 척의 거북선이 적들에게 돌진하는 모습, 해전이 끝나갈 무렵에 왜나라의 지원군이 나타난 모습,

 

큰 북을 울리는 이순신 장군을 저격하려는 왜군의 모습 등
해전이 시작된 이후에는 잠시도 영화에서 눈을 돌릴 수 없습니다.

   

명량과 한산에 이어지는 이순신 장군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노량.
유종의 미를 장식하는데 이 이상 더 잘 만들긴 어렵지 않을까 하고 감탄하게 됩니다.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라면 작품마다 이순신 장군이나 다른 역할을 맡는 배우분들이 바뀌는 것뿐입니다.

 

초등학생의 뺨을 타고 흐른 눈물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쓰러져 간 목숨들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차오릅니다.
같이 간 아이의 뺨에도 연신 눈물이 흐릅니다.
이순신 장군의 죽음을 자기 눈으로 직접 봐서 감정 이입이 더 잘 된 것 같습니다.

 

잔인한 장면이나 국뽕 때문에 한국사를 다룬 영화를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이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영화 노량은 아이 손을 잡고 극장에서 같이 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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