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인데도 출근할 때보다 더 바쁘게 집을 나설 준비를 합니다. 모처럼 큰맘 먹고 노원구 상계동 주변을 임장하기 위해서입니다. 당장 무엇을 살 수는 없어도 더 늦기 전에 눈에 담아두고 싶은 곳이기도 했습니다. 당고개역에 내려 맛집을 검색하다 보니 우물집이라는 곳이 눈에 띕니다.
<목차>
추울 땐 국밥이지!
상계동은 경사가 심해서 반쯤 등산한다는 생각을 하고 가벼운 간식과 물을 챙겼습니다.
그런데 도착한 시간이 10시쯤이라서 바로 출발할까 고민됩니다.
간식만으로는 경사를 오르는 내내 배가 고플 것 같습니다.
결국 배고픈 걸 못 참고 맛집 검색을 시작합니다.
오늘따라 날이 왜 그렇게 추운지 다른 음식은 하나도 눈에 안 들어오고, 따뜻한 음식만 찾습니다.
‘우물집?’ 별난 이름이 눈에 들어옵니다.
순대국을 판다고 하길래 얼른 찾아갑니다.
당고개역 1번 출구에서 5분도 안 걸립니다.
담백하고 깔끔한… 돼지국밥?
문을 열고 들어서니 할머니 세 분이 계시고, 두 자리에 손님이 앉아 있습니다.
입구 쪽에 자리 잡고 앉아서 순대국 한 그릇을 부탁드립니다.
“우리 집 순대국 먹어본 적 있어?”
“아뇨. 처음이에요.”
“순대 하나도 안 들어 가. 돼지국밥이야.”
“네. 주세요.”
조금 기다리니 돼지국밥이 나옵니다.
펄펄 끓는 빨간 국물 사이로 고기가 살짝살짝 고개를 들고 나를 반겨줍니다.
숟가락을 들어 국물을 떠 넣으니 오래 끓인 국물 맛이 납니다. 너무 맵지도 않고, 간도 안 되어 있습니다.
특별하다는 느낌은 없지만, 담백하고 뒷맛이 깔끔합니다.
어느 순간 특별해진 맛
같이 주신 겉절이 김치와 파김치를 얹어서 꼭꼭 씹습니다. 깍두기가 없는 게 내심 아쉽지만, 신선한 겉절이와 살얼음 낀 파김치가 깍두기를 잊게 해줍니다.
그렇게 먹고 있는데 주인 할머니가 다가오십니다.
“어때? 맛있어?”
“네. 맛있어요. 너무 맛있어요.”
그 말을 듣고선 얼굴 가득 웃음 짓는 할머니의 모습이 행복해 보입니다. 저도 덩달아 행복해집니다.
조금 더 먹고 있으려니 다른 할머니가 다가오십니다.
“김치 더 줄까?”
“아뇨.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저의 친할머니도 아마 저분들처럼 제게 다정하게 웃어주셨을 것 같습니다.
이제 보니 뚝배기에 담긴 건 국밥만이 아니었습니다. 정성과 사랑, 행복도 같이 담겨 있었습니다.
상계동 임장 다녀오길 잘했다!
상계동, 중계동을 3시간 동안 8.9km를 돌고 왔는데, 미리 챙겨간 간식을 먹지 않아도 배고픈 줄 몰랐습니다.
돼지국밥과 애정으로 배와 마음을 가득 채운 덕분에, 임장이 훨씬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
날씨도, 부동산 시장도 한겨울입니다.
그런데도 우물집 주인 할머니 덕분에 이 추위를 뚫고 임장을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계산을 하고 나서려는데 마지막으로 해주신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게 들리는 것 같습니다.
“또 와!”
(“네. 꼭 다시 올게요.“)
괜히 울컥해서 차마 건네지 못한 말이 마음 한켠에 남습니다. 더 늦기 전에 꼭 다시 찾아뵐게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맛있는 국밥 만들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