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에 갑자기 앉은 자리에서 일어설 수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지금 수술을 마치고 병상에 누워 있습니다.
허리 디스크 수술 후기를 최대한 자세하게 남겨서, 저처럼 허리 통증으로 고통을 겪고 계신 분들이 참고하실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목차>
전조 증상과 치료 이력
저는 20년 넘게 허리 통증으로 고생을 했습니다.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는 것은 일상이고, 정형외과에서 견인 치료와 저주파 자극 치료, 도수 치료를 받는 것도 매달 겪는 정기적인 행사 같은 것이었습니다. 통증 클리닉에서 약물 치료를 받아 보기도 했고, 운동 클리닉으로 자세를 바로 잡는다거나, 필라테스로 코어 운동을 하는 등 다양한 곳을 찾아가서 치료와 운동을 같이 했습니다.
수많은 시도에도 크고 작은 통증은 항상 함께했습니다.
만약 전조 증상을 제대로 알아 채서 조금이라도 더 빨리 정밀 진단을 받았더라면, 지금처럼 디스크가 터지기 전에 치료할 수 있었을텐데, 후회와 아쉬움만 남아 있습니다.
전조 증상 1. 엄지 발가락 마비
한쪽 엄지 발가락에 갑자기 아무런 감각이 없어졌습니다.
무좀이라도 걸린 건가? 생각하면서 발만 더 열심히 씻었습니다. 일상 생활을 하는데 특별히 불편한 것도 없었고, 한 달 정도가 지나자 원래 감각으로 돌아와서, 별 일 아니었나 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전조 증상 2. 양쪽 다리 길이 다름
양쪽 다리 길이가 저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미세하게 차이가 있었습니다.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8시간을 넘어가니까, 흔하게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여러 정형외과 물어봐도 양쪽 다리 길이가 같다고 하니까 기분탓인가 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전조 증상 3. 바닥에 앉으면 한 쪽 골반이 아프고 저림
거실 바닥에 앉아서 빨래를 정리하다 보면, 늘 같은 쪽 골반이 쥐가 난 것처럼 아프고 저렸습니다.
맨바닥에 앉아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다리 저린 것도 금방 풀리니까 이것도 다른 전조 증상들 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갔습니다.
뼈주사 맞기
그러다가 결국 일어서는 것조차 힘든 상태가 되었고, 집 가까운 곳에 있는, 유명하다는 마취 통증 의학과를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엑스레이를 찍고나서 잠깐의 진료가 끝나자, 뼈주사를 맞게 되었습니다.
뼈주사는 스테로이드 주사라고 해서, 허리를 완전히 치료해주는 것이 아니라 통증을 일시적으로 가라 앉히는 것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뼈주사 부작용은 맞을수록 주사 부위 주변의 근육을 약하게 하고, 뼈는 골다공증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효과는 빠르다고 하기에 매주 한 번씩 총 세 번을 맞았습니다.
처음 주사 바늘이 들어가는 순간은 참을 수 있었지만, 주사액이 들어가는 순간에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다리가 저릴 때 오던 찌릿찌릿한 느낌이 10,000배는 되는 것 같았습니다.
전기 고문을 받으면 이런 느낌일까요?
바늘이 들어간 자리부터 시작해서 발가락 끝까지 다리에 있는 모든 신경을 다 찢어버리는 듯했었던
뼈주사 통증은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슬픈 건 전기 고문 같은 고통을 견뎌도 허리 통증이 그다지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첫 번째 주사 맞고서는 일주일 내내 통증이 거의 줄어들지 않았고, 두 번째 주사를 맞고 나서야 조금 통증이 줄어들었습니다.
제일 아플 때의 통증이 10이라면, 첫 번째 주사를 맞고 나서도 10, 두 번째 주사를 맞고 나서 8 정도로 줄어들었을 뿐이었습니다.
세 번째 주사를 맞고서도 6~7 정도되는 고통이 남아 있다보니 더는 안되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다른 병원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큰 병원으로 이동
뼈주사를 맞느라 3주가 지나가고, 큰 병원에 진료 예약하느라 또 다시 1주일이 지나갔습니다.
진작 큰 병원으로 왔으면 어땠을까, 고통을 오래 겪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었을까?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 당시에는 뼈주사가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큰 병원을 갔다가 혹시라도 수술하자는 이야기를 듣게 될까 겁이 났던 것도 사실입니다.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는 엑스레이부터 찍었는데,
뼈 사이 간격이 너무 좁으니까 MRI를 찍어서 정밀 진단을 해봐야겠다는 의사 선생님의 소견을 받았습니다.
MRI 촬영을 예약하는데 또 2주일을 고통 속에 기다려야 했고, MRI 진단 결과를 보기 위해 또 다시 1주일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몸 아픈 것도 힘들었지만, 치료가 될지 어떨지 알 수 없는데 긴 기간을 기다려야 했던 것도 힘들었습니다.
MRI 진단 결과를 보기 전까지는 일주일에 두 세번 한의원을 다니면서 침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네이버 카페와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면서 통증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했습니다.
아쉽게도 어떤 노력도 통증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